제 740 호 조커 : 폴리 아 되
조커 : 폴리 아 되 ▲ 폴리 아 되 포스터 (사진: 곽민진 기자) 조커 : 폴리 아 되, 2019년에 개봉한 《조커》의 후속작으로 조커 시리즈 전작이 꽤나 흥행한 터라 해당 작에 대한 많은 관심이 모였다. DC코믹스의 메인 악당이자, 유일무이한, 예측할 수 없는 혼돈, 악 그 자체로 형상화되어 거대한 존재감과 팬덤을 가진 조커의 단독 시리즈 등장이기에 특히 기대에 부풀어 관람하게 되었다. 부제, 폴리 아 되(Folie deux)는 프랑스어로 '둘의(à deux) 광기(folie)'를 뜻하며, 정신의학 용어로 '공유정신병적 장애'를 의미한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받아 같은 정신장애를 앓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영화에서 조커와 할리퀸의 관계를 형상화하는 동시에, 조커와 그를 추종하는 세계와의 관계를 뜻하는 것으로도 해석 가능하다. 루니 툰 워너브라더스 로고와 인트로 송과 함께 나오는 애니메이션으로 영화가 시작하는 도입부가 특히 인상 깊었다. 아서와 아서의 그림자가 서로 진짜 조커가 되어 쇼에 나가기 위해 싸우는 내용으로, 아서는 중간에 그림자에게 조커를 빼앗기고 다시 조커가 되려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지만 그림자는 조커가 되어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르면서 무대에 오르고, 경찰이 찾아오자, 쇼를 실컷 즐긴 그림자는 조커를 다시 아서에게 되돌려준 뒤 도망친다. 아서는 그토록 원하던 조커를 되찾았지만, 그림자가 조커가 되어 한 짓까지 전부 뒤집어쓰는 바람에 경찰들에게 무자비하게 구타당하고, 그 와중에도 "똑똑" 농담을 치는 그를 확대하며 애니메이션이 끝나고 경찰들이 무자비하게 구타해 피가 범벅되면서 화면이 붉게 칠해지다가 커튼으로 거두어지면서 본 영화가 시작된다. 해당 도입부는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상징적으로 압축한 듯해 영화 시작 후, 영화가 끝난 뒤 모두 다시 해석해 볼 여지가 남아있다. 해당 영화의 연출들 곳곳이 제법 미감을 잘 살려냈는데, 뮤지컬 형식이라는 다소 파격적인 요소를 도입한 점도 흥미로웠다. 등장인물들의 광기, 감정을 표현하는 점에선 효과적인 장치일 수 있지만, 후반부에는 오히려 집중이 어렵게 하는 듯해서 개인적으로는 불호였다. ‘조커 : 폴리 아 되’는 조커, 소시민 사이에 혼란스러워하는 아서의 비참한 최후와 비정하고 혼란 속에서 광기만을 추앙하는 사회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영화다. 허무하게 비정한 사회에 두들겨 맞고 몰락한 아서라는 볼품 없는 남자가 ‘조커’라고 형상화되기에는 기존 팬들의 기대와는 상충적이기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관객이 기대한 것 역시 완전무결한 악, 혼돈 그 자체로, 우리 역시 영화 속 흥분한 군중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은 듯해 입맛이 씁쓸하기도 했다. 사회의 혼란과 경멸, 외면이 만들어낸 거대한 악, 혼돈 그 자체의 형상화였던 조커라는 캐릭터를 또 다른 관점에서 관객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줘 흥미로운 영화였다. 곽민진 기자
제 740 호 상대적인 시간의 기억
상대적인 시간의 기억 많은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의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식사를 하고, 공부를 하거나 수업을 듣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일상이거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다닌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시계 속의 시침과 분침이 알려주고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아닌 상대적인 시간을 보낸다. 어린 아이들은 잠시만 가만히 있어도 심심하고 지루함을 느낀다.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은 지루함을 견디다 부모의 10분이 10시간으로 느껴져 칭얼대다가 혼이 난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감각이 느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노화 현상의 일종이다. 노화로 인한 세대별 감각의 차이는 아이와 대학생에게서도 발생한다. 느려진 감각(오감)은 순간의 기억을 희미하게 만든다. 마치 분당 60프레임으로 영화를 찍다가 20프레임으로 영화를 찍는 것과 같다. 더욱이 이러한 프레임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도 기억력의 퇴화로 점점 줄어들게 된다. 절대적인 시간 속에 개개인은 각각 상대적인 시간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인간의 신경세포에서 분비되는 도파민은 기억, 행복, 의욕 등에 관여한다. 행복과 의욕의 감정으로 분비된 도파민은 당시의 기억을 오래 남길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도파민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감소시킨다. 일상적으로 항상 해오는 일이나 습관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하게 계획한 여행, 합격 소식, 기대하지 못했던 즐거운 경험, 어려운 일과 공부를 밤새 해낸 경험은 기억에 오래 남는다. 행복과 의욕에 관련된 기억들이 생생하게 오랜 남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원치 않은 기억이지만 슬픈 경험과 불행한 경험도 오래 남는다. 어렸을 때 스타워즈와 인디아나 죤스를 보았던 경험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전에 본 적이 없는 멋지고 다양한 특수효과들이 그 영화를 생생하게 기억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비슷한 영화를 보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것은 영화를 보면서 도파민이 많이 나왔다가, 그 이후의 비슷한 영화에서는 무감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PC나 핸드폰 게임, 그리고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지만 기억에 남지 않는 것을 많은 사람이 경험한다. 이는 순간의 과도한 도파민이 현재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기억 속에 남지 않고, 이미 있는 기억조차 지워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과도한 도파민은 더욱 많은 양의 도파민이 있어야 만족감을 느끼게 한다. 예전에는 행복과 즐거움으로 느꼈던 기억이 과도한 도파민으로 인해 둔감해지고 사라질 수 있다. 짧은 쾌락을 위한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결국 기억의 프레임 하나하나가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해져 가는 것이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유명 일타강사는 “최선을 다해 어떤 것을 열심히 하면 DNA가 기억한다“는 얘기를 했다. 공부든 일이든 항상 열심히 한다면 당장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해도 그러한 습관이 몸에 배어 후에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열심히 공부하거나 일한 기억들은 몸의 DNA뿐만 아니라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어려워 포기하기 쉬운 공부나 일을 밤을 새우며 끝내고, 아침에 떠오르는 해를 바라봤던 기억은 희미할 수 있지만, 떠올릴 때마다 기분 좋은 느낌이 생기며 의욕을 높일 수 있는 기억이 된다. 사람들은 기억을 저장해둘 프레임이 빛바래고 급속히 줄어들고 있음을 느끼면서, 남보다 더 긴 상대적인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 그것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삶을 살며 다른 기억들을 만들고 있는 매 순간의 절대적인 시간 속에, 즐겁고, 뿌듯하며, 의욕적인 기억을 많이 저장한 긴 상대적인 시간이다. 어떠한 기억을 만들며 상대적인 시간을 늘릴 것인가? 시간은 상대적이어서 같은 시간도 누군가에게는 길고, 누군가에게는 짧다. 대학에 와서 만들고 싶었던 좋은 기억 중 DNA에 흔적을 남길 정도로 열심히 무언가를 한 기억들, 여행이나 친구들과 어울렸던 즐겁고 행복한 기억 같은 상대적인 시간의 기억을 늘릴 때가 바로 지금이다. 고영건 교수 (화공신소재전공)
제 740 호 한강, "문제의식의 깊이와 미적형식의 아름다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한 단상 상명대 학보사의 한강 관련 원고청탁이, 한국 최초일 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초로 여성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문학사적 사건에 따른 것인지라 이와 관련된 여담으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아울러 한강의 소설들을 십수 년 전부터 주목하던 오래된 애독자 가운데 한 사람이자, 『소년이 온다』에 대해서 미진한 능력이나마 공을 들인 논문 한 편도 발표한 적이 있는 연구자로서, 짧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을 쓴다는 핑계로 사적인 소회도 다소간 피력하고자 한다. 사실 한국의 문학 평론가나 문학 전공 교수들 혹은 출판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한강이 언젠가는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이라는 말들이 오고 간 지는 꽤 되었다. 2007년에 출간된 『채식주의자』가 2015년 영어 번역본으로 출간되자마자 2016년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인 주목을 받게 된 시점은, 사실 또 다른 맥락을 이미 내포하고 있었다. 『채식주의자』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2016년보다 2년 전인 2014년에, 한국 평단의 큰 주목을 받은 『소년이 온다』가 이미 한국어로 발간되었다. 평자들 각자의 관점과 감수성에 따라 갈릴 수는 있겠으나, 적지 않은 평자들이 『소년이 온다』를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인 사건을 정면으로 끌어안은 한강 소설 세계의 또 다른 분기점이자 확장 지점이라고 평가하였다.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심사위원들 가운데 한 명인 안나 카린 팜은, 한강의 작품들 가운데 어떤 작품을 가장 먼저 추천하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별 망설임 없이 『소년이 온다』를 꼽기도 하였다. 2014년의 『소년이 온다』에 이어, 한강이 맨부커상 최종 수상자로 결정된 2016년 5월에,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소설 세계에 대한 ‘작가의 말’과도 같다고 한, 작품의 구성과 전개 방식으로 볼 때 한강의 가장 ‘시적인 소설’ 혹은 ‘시적 산문’에 해당하는, 간결하고도 아름답게 정제된 작품 『흰』이 발간되었다. 따라서 『채식주의자』의 맨부커상 수상이, 또 다른 번역을 기다리고 있는 이미 출간된 한국어 작품들의 높은 수준 (주제 의식의 깊이와 치열함, 정련된 문체, 서사적 구성의 독창성과 밀도 등으로 판단할 수 있는)으로 미루어 볼 때 국제적인 파장의 시작점일 뿐이리라는 점을, 어느 정도 눈썰미가 있는 전문가나 독자들은 예상할 수 있었다. 2017년 『소년이 온다』가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채식주의자』는 맨부커상에 이어 2018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17년 『희랍어 시간』이 프랑스 메디치 외국 문학상 최종후보에, 2018년 『흰』이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다시 한번 올랐다. 2021년 출간되어 평단과 독자로부터 재차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작별하지 않는다』는, 1948년 제주 4‧3사건에서 한국전쟁기 보도연맹 사건으로 이어지는 해방 직후의 극단적인 이념 대립과 내전 상황에서, 국가에 의해 자행된 대규모 양민학살 사건들을 세 여성 인물을 중심으로 소설화하였다. 『소년이 온다』 이후 7년 만에 출간된 『작별하지 않는다』는 해방 이후 한국 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시간대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를 통해 한강의 작품 세계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의식, 즉 인간과 사회의 폭력성과 치유 가능성, 나아가 폭력성의 극복 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더욱 선명하게 정치적이고 역사적으로 확대되고 있었다. 이 소설이 직시하는 역사적 기억의 일차적 주체는, 1948년 제주 4‧3 사건에 연루되어 수감 되었다가, 한국전쟁의 개시와 함께 최대 수십만 명으로 추정되는 보도 연맹원 대량 학살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남편의 진실을 필사적으로 추적하는 인선의 어머니이다, 동시에 어머니가 남긴 자료들을 바탕으로 어머니의 평생의 투쟁을 이어가는, 4‧3의 진실을 예술적 형식으로 각인시키고자 하는 딸 인선이 있다, 그리고 인선과 인선의 어머니의 역사이자 한국 현대사의 참상에 한발 한발 온몸을 밀어 넣기 시작하는 인선의 친구 경하가 있다, 반세기가 훨씬 넘는 시간대를 가로지르는 역사적 기억을, 인선의 제주도 집에 남겨진 앵무새 아마의 생명을 살리려는 경하의 여정을 매개로, 풍요로운 시적 상상력과 은유 및 이에 연동된 특수한 서사적 리듬으로 소설화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2023년 프랑스 메디치 외국어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유럽을 기준으로 할 때 얼추 두 세기 반 이전에 본격화된 근대 소설의 전개 과정을 되짚어 보면, 역사에 남을 작품성과 세계적인 문학상의 수상 사이에는 필연적인 인과관계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가령 20세기 초에 인간과 사회에 대한 가장 깊이 있는 문제의식 혹은 문학적 혁신성을 보여 준 작가들로 평가되는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레프 톨스토이 등은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강의 몇몇 소설들이 각종 문학상의 최종후보로 올라가고 연이어 수상까지 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은, 한마디로 당연하다는 것이었다. 필자가 그나마 잘 알고 있는 프랑스 문학계의 최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2014년의 파트릭 모디아노(Patrick Modiano), 2022년의 아니 에르노(Annie Ernaux)를 예로 들면, 이들의 작품에 견주어 한강의 작품들이 나으면 나았지 못하지는 않다는 농담 섞인 확신을 지인들과의 사석에서, 혹은 수업 시간에 우연히 학생들에게 피력한 적이 있다, ‘일단 한강한테 먼저 줘야 되는거 아냐? 끗발 있는 나라 작가들이라고 노벨문학상 너무 쉽게 받는 거 아냐?’라는 식으로… 농담이었지만 전적으로 농담만은 아닌 것도 사실이었다. 1901년 제1회 노벨문학상이 프랑스 작가 쉴리 프뤼돔(Sully Prudhomme)에게 부여된 이래, 한강을 포함하여 2024년까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총 121명의 작가 가운데 91명이 유럽 작가이다. 성별로 구분하면 지금까지 여성 수상자는 18명에 불과하다. 지금까지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들 가운데는 심지어 더 이상 문학사에서 거의 거론되지 않는 작가들도 일부 있는데, 이들은 예외 없이 유럽 출신 남성 작가들이다. 그런데 한강이 언젠가 노벨문학상을 받을 것이고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 사람 가운데 하나였지만, 이렇게 빠르리라고는 당연히 예상할 수 없었다. 만 54세라는 이른 나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노벨문학상의 편향성 시비 때문에라도 이번에는 아시아 출신 여성 작가의 수상이 점쳐지기도 하였지만,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현재까지의 노벨문학상 운영 관행에 비추어 볼 때 모든 면에서 기분 좋은 예외적 사건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선정 이유로 언론에서 많이 회자 된 노벨 위원회 위원장 안데르스 올슨의 발표문 가운데 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치열한 시적 산문(for 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 the fragility of human life).” 한강의 작품 세계에 대한 설득력 있는 요약이라고 생각된다. 주제의 측면에서 한강 작품의 근본적인 특징은, 광주민주화운동, 제주 4‧3 사건, 보도연맹 사건 등 한국사의 결정적인 비극적 사건의 소설화에 있어서, 이미 『채식주의자』가 그러하듯이 인간성 혹은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보편적인 질문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소년이 온다』에서, 계엄군에게 죽임을 당할 것을 알면서도 항쟁 마지막 날까지 전남도청을 사수하다가 체포되어 수감 된 교육대학 복학생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뿐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해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노벨상 위원장도 언급한, 그러나 그 이전에 이미 한국의 많은 평론가들과 연구자들이 언급한 한강의 시적 산문과 이에 연동된 이탤릭체 표기는, 위와 같은 강렬한 근본적 질문이 정점을 향해 고양될 때, 단순한 문체상의 스타일이 아니라 감정과 감수성의 충만한 밀도로서 제시된다. 즉 한강 작품 세계의 또 다른 일면인 예술성에 대한 탐구는, 작품이 거듭될수록 작가의 주제의식과 밀접하게 일체를 이루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적 문체의 정련된 감각적 밀도를 매개로, 한강의 소설은 인간과의, 인간의 역사에 대한 기억과의 작별을 거부하는, 어떤 아슬아슬하고도 절실한 인간과 세계에 대한 긍정으로 나아간다. 상명대학교의 학생들이 한강의 한국 사회와 역사에 대한, 나아가 인간 자체와 세계에 대한 고통스러운, 그러나 크고도 깊은 연대 의식을 공유할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노벨문학상 선정위원회의 여러 동료 작가들과 평론가들이, 모두의 예상을 뒤집고 한강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한강의 작품들이 제시하는 문제의식의 깊이와 미적 형식의 아름다움이, 지금 세상에 너무도 보편적으로 절실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정의진 교수 (프랑스어권지역학전공)
제 739 호 제 739호 [영화로 세상 보기] 사람만큼 변하는 것은 없다지만
사람만큼 변하는 것은 없다지만 영화 <룩백(2024)>을 보고 ▲ <룩백(2024)> 포스터 (사진: http://m.cine21.com/movie/photo/?movie_id=61664&img_id=448548) 사람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사람과의 관계 또한 수없이 변화한다. 어제의 친구가 어제의 적이 될 수도 있고, 어제의 적이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어제의 친구가 오늘의 적이 된다면, 아끼던 친구가 내일은 나와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된다면. 자꾸만 변하는 사람에게, 타인에게 마음과 인생의 일부를 건네주는 것은 위험하다. 그래서 다사다난했던 고등학교 생활을 마치고 다짐했다. 타인에게 의지하지 말 것. 타인을 믿지 말 것. 타인과 적당히 거리를 유지할 것. 다시는 타인에게 인생의 일부를 건네주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러한 내 생각을 영화 <룩백(2024)>은 따스하게 껴안아 뒤집어 놓았다. 영화 <룩백(2024)>은 주인공 후지노가 자신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쿄모토를 만나며 시작된다. 후지노는 쿄모토를 뛰어넘기 위해 2년 동안 피나는 연습을 하지만, 여전히 자신보다 잘 그리는 쿄모토를 보고 만화 그리기를 그만둔다. 시간이 지나 졸업식 날, 후지노는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졸업증서를 전해주러 쿄모토의 집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후지노의 오랜 팬이었다며 싸인을 부탁하는 쿄모토를 만나게 된다. 이후 친해진 둘은 함께 만화를 그리기로 한다. 시간이 지나 쿄모토가 만화를 그만두고 미대를 가게 되면서 둘은 다투고 후지노 혼자 만화를 그리게 된다. 그러던 중 괴한의 습격으로 쿄모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후지노는 또다시 만화 그리기를 그만둔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쿄모토의 집을 방문해서 자신이 싸인을 해줬던 쿄모토의 옷을 보며 후지노는 어린 시절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던 자신을 떠올린다. "사실 만화 말인데... 나, 그리는 건 전혀 좋아하지 않아. 하나도 안 즐겁고, 귀찮기만 하고. 음침해 보이잖아.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려도 완성되질 않는다고. 만화는 그냥 읽기만 하는 게 나아. 직접 그릴 게 못돼." 그러자 쿄모토가 묻는다. "그럼, 후지노 넌 왜 만화를 그려?" 그 말에 후지노는 그동안 함께 만화를 그리던 쿄모토 미소, 자신의 만화를 보며 환하게 웃어주던 그 미소를 떠올린다. 쿄모토는 다시 만화를 그리기로 마음을 먹는다. 사람만큼 변하는 것은 없다지만 그럼에도 영화 <룩백(2024)>은 감히 말한다. 사람은 사람을 일으킨다고,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것은 사람이라고. 인생의 일부를 타인과 함께 공유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타인에게 내 인생의 일부를 건넸다면, 그 일부는 언젠가 후에 내가 무너졌을 때 구원이 되어 돌아온다. 후지노가 만화를 그만두고 무너졌을 때 쿄모토의 응원과 미소를 떠올리며 만화를 다시 시작한 것처럼 말이다. 김지연 기자
제 738 호 AI 리터러시, 왜 필수인가?
AI 리터러시, 왜 필수인가? SF 영화나 소설에서 인간과 로봇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때로는 서로 전쟁을 벌이는 장면을 보면서, 그런 미래가 올 수 있을지 궁금해했던 우리는 최근 매스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최근에는 로봇 앞에 놓여 있는 사물 중 인간이 배고프다고 하자 로봇이 사과를 집어서 주는 영상이 얼마전에 소개되는 등, AI를 이용한 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현실로 변모하고 있다. 현재 전세계는 AI 서비스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OpenAI의 ChatGPT, Google의 Gemini, Anthropic의 Claude, Microsoft의 Copilot 등 여러 AI 서비스를 이미 경험했을 것이다. 이러한 기술 변화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AI 서비스의 장점과 단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향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에 편리함을 더해주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 도구는 아니다. AI 또한 마찬가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AI의 '환각 (Hallucination)' 현상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현상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더욱 더 늘리고 AI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 이 현상을 최소화 시킬수 있다. 휴대폰의 오작동을 비판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처럼, AI의 오작동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데이터는 단순히 존재 (availability) 하는 것이 아니라, 앱 형태로 구축 (implementation) 되고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Impact) 측면에서 평가되어야 한다. 오랜 시간 검색 엔진을 통해 데이터를 찾았던 우리가 이제는 AI의 Multimodality (텍스트, 소리, 영상 등 다양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능력)를 통해 보다 빠르고 자연스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ChatGPT와 같은 AI 서비스는 이러한 변화를 체감하게 해준다. 이 시점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AI 시스템을 찾고, 이론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사용해 보면서 다양한 AI 시스템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직접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AI는 불, 전기, 인터넷과 같은 혁신적인 도구처럼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유용한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AI의 도움으로 금융 분석 보고서 작성 등 시간이 많이 걸리던 작업이 단 몇 시간 만에 완료되는 사례가 많다. 기업은 빠르게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인재를 원하며, AI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Computational Thinking(CT)은 단순히 Computer나 AI 처럼 생각하는 능력이 아니라 오히려 이들에게 스마트한 작업 지시를 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이렇게 스마트 한 작업 지시를 하기 위하여 체계적으로 명령어 (Prompt) 를 준비하면 보다 의미 있고 유용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데 이런 프로세스를 Prompt Engineering이라고 한다. AI 리터러시를 향상시키기 위해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나만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노트를 만드는 것이다. 프롬프트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최적의 프롬프트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검색하면 다양한 예시를 찾을 수 있지만, 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AI를 도구로서 잘 활용하는 파워 유저가 될 수 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AI 리터러시 역량을 갖추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상명대학교는 다양한 AI/Data 리터러시 수업을 제공하는 선도적인 대학으로, 학생들이 본인의 전공을 바탕으로 AI/Data 리터러시 역량을 추가하면 취업 시장에서 더 많은 기회를 경험할 수 있다. 2015년 국내 최초로 학부 과정에 빅데이터 과정을 개설하고, 많은 학생들을 지도해온 결과, 빅데이터 전공을 다전공으로 하여 좋은 직장에 취업하고 또 그 직장에서 우수한 직원으로 인정을 받는 사례를 목격했다. 이 글을 읽는 학생들은 AI/Data 리터러시 수업을 최대한 많이 수강하여 AI 시대에 준비된 인재가 되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인문콘텐츠학부 문헌정보학전공 이명호 교수
제 738 호 공부에 관한 생각
공부에 관한 생각 어느 시대나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를 못마땅하게 여긴다.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점토판에도, 이집트 피라미드 내벽에도 쓰여 있다는 요즘 젊은이들은 버릇이 없다느니, 생각이 없다느니 하는 문구는 기성세대의 이런 성향을 잘 보여준다. 일상에서 이 말들은 그저 자신들과 다른 세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상투적인 표현인 경우가 많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범하는 흔한 오류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듯 예의 없고 생각 없기로는 어른들도 젊은이들 못지않다. 그런데 생각이 없다는 말을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말로 바꾸면 젊은 사람들이 생각이 없다는 말에는 조금의 진실이 담겨 있기도 하다. 생각은 경험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생각은 대상 없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의 접촉을 통해 쌓여가는 것이다. 생각은 자아와 세계 그리고 그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경험을 통해서 사람들의 생각도 성장한다. 따라서 특정 화제에 관해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면 그에 관한 생각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과 비교하면 1980년대 사람들은 페미니즘이나 동성애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 시대 사람들이 모두 마초이거나 동성애 혐오자여서가 아니라, 그들이 페미니즘이나 동성애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자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굳이 자신과 관계없는 일을 찾아서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별한 자극을 받거나 관심이 생겼을 때 비로소 무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요즘 학생들에게 남북통일에 관한 생각을 물으면 당황하는 경우가 많다.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80년대 젊은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지금 젊은이들보다 많이 생각했다. 그 시대에는 이 문제가 중요한 생각의 주제였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의 비극은 어디에서 기원하는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왜 멈추지 않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기회가 없으면 생각이 없을 수밖에 없다. 물론 시간이 지난다고 저절로 생각이 쌓이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활동을 흔히 공부라 부른다. 언어 영역은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한 과목이다. 수학과 철학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는 좋은 훈련이다. 사회과학 공부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역사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비추는 생각 방법을 알려준다. 여기에는 수많은 지식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것들 역시 생각의 기회를 넓히는 데 필요한 재료들이다. 그래서 우리는 경험도, 독서도, 실패도 인생의 공부라 부른다.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이런 공부의 원래 목표가 희석되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공부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생각의 기회를 얻는 데 있다. 현대 사회에서는 특별한 기능을 익히는 공부가 매우 중요하다. 물질화되고 세속화된 사회에서 혼자 신선과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특히 학생들은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직업도 구해야 한다. 졸업 후에는 원하는 수입을 얻기 위해 경쟁해야 하고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기 위해 긴장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은 평생 기계의 부속품처럼 살 수는 없다. 자기를 긍정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 없이 길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당장 급하지 않아 천대받는 경향이 있지만 생각의 능력을 키우는 공부는 언제나 중요하다. 생각하는 능력은 삶의 격을 높여준다. 격 있는 삶이란 자기 힘으로 설계해 가는 삶이다. 주변의 물리력이나 상투적인 사고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능력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며 행동할 수 있는 삶이다. 그런 삶을 위해서는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한다. 옳고 그른 것을 구별함은 물론 필요할 때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편견에 갇히지 않고 작은 이익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지혜로운 이들이 모두 평생 공부를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 738 호 [순간포착] 따뜻했던 여름밤
따뜻했던 여름밤 여름밤. 한적한 글램핑장에서 불멍을 즐겼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 순간, 여름밤의 행복을 만끽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오로라 가루가 뿌려진 불꽃은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어내고, 그 앞에서 마시멜로우를 구우며 함께 웃고 떠드는 그 소중함이 여름밤의 행복을 더욱 빛나게 했다. 사진을 통해 따스했던 그 순간이 조금이나마 학우들에도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학기에 학우들도 행복한 순간들이 일상에 가득하길 기원하며, 다가온 가을 선선한 바람과 함께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으러 가보는 건 어떨까? 정소영 기자
제 738 호 [책으로 세상읽기] 불안의 서
[책으로 세상읽기] 불안의 서 ▲책 『불안의 서』 (출처 : https://ebook-product.kyobobook.co.kr/dig/epd/ebook/E000003234233) 『불안의 서』는 포르투갈의 국민작가로 널리 알려진 페르난두 페소아(Fernando Pessoa)가 남긴 작품 중에서도 특히 깊은 울림을 주는 책으로, 그의 내면 세계와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 책은 삶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페소아의 깊은 성찰을 담은 480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글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인간의 존재, 삶과 죽음, 자아의 비밀, 그리고 외부 세계와의 관계를 탐구하는 통일된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배수아 작가에 의해 완역되었으며, 번역 과정에서 페소아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와 모호한 언어의 결을 놓치지 않고 섬세하게 살려내었다. 페소아는 삶의 의미와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불안을 마주하게 만든다. 페소아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느꼈던 깊은 슬픔과 고독, 그리고 좌절감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가 말하는 '불안'은 단순한 감정의 차원을 넘어,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 자체가 가진 근본적인 모순과 갈등을 가리킨다. “나는 다른 이들의 나-아님이란 성격을 질투한다. 모든 불가능 중에서 가장 불가능한 일이므로 그것은 내 일상의 욕망이 되었고, 모든 슬픔을 채우는 좌절이 되었다.”- 83 p.g “타인을 지배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타인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는 의미다.”- 413 p.g “우리가 꿈꾸는 사물은 하나의 면만 갖는다. 우리는 사물의 둘레를 볼 수가 없다. 그러므로 다른 면을 영영 알지 못한다.”- 579 p.g 책을 읽으며 감명 깊었던 부분들이다. 우리는 서로를 비교하며 가지지 못한 것을 서로 가지고 싶어 한다. 그것을 가지지 못하게 되면 상대방이 가진 것을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다시 좌절된다는 이야기를 페소아는 이렇게 표현한 것 같다. 읽다 보면 페소아의 표현력에 감탄할 수 있을 것이다. 모호하고 어두운 내용으로 800 페이지가 넘어 한 번에 읽기에는 버겁지만, 480편으로 이야기들이 나뉘어있어 조금씩 나눠 읽다 보면 어느새 완독하는 책이다.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도 불현듯 다가오는 불안이나 고독감을 이 책을 통해 차분히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페소아의 문장들이 던지는 질문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은민 기자
제 737 호 [책으로 세상보기]나보다 더 나 같은 나, 책 「나주에 대하여」를 읽고
나보다 더 나 같은 나 책 「나주에 대하여」를 읽고 ▲책 「나주에 대하여」 표지 (사진: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14907339) 소설은 나의 거울 소설은 종종 나보다도 더 나 같을 때가 있다. 당시에는 왜 그런지 모르고 넘겼던 마음들이 소설을 통해 생생히 살아나서 ‘아, 그때 내가 그랬었구나’ 하는 순간들이 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의 생각과 마음을 거울삼아 나 자신을 비춰보고 내 마음을 살펴보곤 한다. 그렇게 소설은 이런 마음과 생각이 드는 건 나 밖에 없을 거라고 난 왜 이렇게 예민한지 모르겠다며 자책하고 있는 나에게 '너 그때 그래서 그랬던 거야. 너만 그런 거 느끼는 거 아니야. 나도 그래. 우리 모두 그런 걸 느끼고 살아. 그저 입 밖으로 내뱉지 않을 뿐이지' 하고 다독여 주곤 한다. 김화진의 단편소설 모음집 「나주에 대하여」도 그런 소설이었다. 주인공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이건 내 마음인데. 이거 나도 그랬었는데. 나한테도 이런 마음이 오랫동안 머물렀던 적이 있었지.' 하고 오랫동안 주인공과 닮은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꿈과 요리 「나주에 대하여」에서 나와 가장 데칼코마니처럼 쏙 빼닮은 이야기는, 세 번째 단편 소설인 '꿈과 요리'였다. '꿈과 요리'에서는 서로를 부러워하는 동시에 가장 친한 대학 친구인 수언과 솔지가 나온다. 대학 시절 수언과 솔지는 영화와 글쓰기라는 비슷한 꿈을 꾸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쯤 솔지는 좋아하는 영화와 글쓰기를 뒤로 한 채 은행원이 된다. 서로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수언은 친구 많은 솔지를 보며 솔지가 자신을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 믿고 반대로 솔지는 수언이 자신을 친한 친구 바운더리 안에 넣어주지 않았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그리고 솔지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재능이 없는 영화와 글쓰기에 재능이 있고 계속해 나가는 수언을 질투한다. 반면 수언은 자신과는 다르게 사교성이 좋은 솔지를 보며 겉으로는 저렇게 나서고 다니면 좋나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런 솔지를 부러워한다.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과 질투하는 마음이 이리저리 뒤섞인 채 지내던 어느 날, 수언의 영화 평론이 당선된다. 이때 수언은 자신을 축하해 주는 솔지의 모습에 진심이 없음을 알아차리고, 그동안 쌓아왔던 불만을 터트린다. 이에 질세라 솔지도 수언에게 그동안 참아왔던 화를 낸다. 그렇게 둘은 마음의 밑바닥을 드러낸 채 솔직하게 서로의 진심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나와 닮은 부분들 친구 사이에서 서로를 좋아하기도 하고 부러워하다가, 그런 마음 때문에 싸우고, 화해하는 이야기 자체는 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과정 에서 솔지와 수언이 느끼는 마음은 내가 종종 나보다 잘나 보이는, 재능 있어 보이는 친구들에게 가졌던 마음과 닮았으며 내가 전공 분야도 아닌 꿈을 향해, 성공의 입구가 아주 좁은 꿈을 향해 갈 때 들었던 마음과 똑같았다. 수언의 시선으로 본 솔지의 고민에 관한 이야기를 보며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웠다. 솔지의 고민은 내가 종종 하는 고민과 비슷했고, 나는 엄마와 친구들에게 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자주 상담했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친구들이 수언 같은 생각을 했다고 확신할 순 없었지만, 가끔 그들이 하는 말에서는 수언과 같은 느낌이 느껴졌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부끄러워졌다. 다시는 털어놓지 말아야지. 내가 하는 고민을 수언처럼 유치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렇게 ‘꿈과 요리’에서는 계속해서 나보다도 더 날 잘 아는 문장들이 날 둘러싸고 “이런 감정 느껴본 적 없니?”하고 말을 걸어왔다. 내가 한 번쯤은 겪어본, 이런 감정은 대체 뭘까 하고 고민했었던 감정들이 가득했다. 분명 나와 비슷한 학우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책을 통해 학우들도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더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지연 정기자
제 737 호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과 기본적인 태도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과 기본적인 태도 대학은 단순히 학문을 쌓고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을 넘어, 인생을 형성하는 중요한 배경이 다. 대학에서의 경험과 배움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의 역할과 위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그러므로 자기가 속해 있는 대학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자부심은 단순한 감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는 개개인이 속한 공동체와 정체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에 대한 자부심은 대학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모든 것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는 학업 성취도와 개인적인 성장으로 이어진다. 학업에 있어 자부심은 동기부여의 원천이 된다. 학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학습에 대한 열정을 불러일으키며, 학업 목표를 향한 노력에도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든다. 이러한 태도는 자연스럽게 성취감으로 이어지며, 성취감은 다시 학습 동기의 순환을 강화하게 된다. 대학에서의 시간을 단순히 학점이나 졸업장만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성장과 발전을 위한 투자로 인식할 때, 그 결과는 분명히 달라진다. 자부심은 취업과 대학원 진학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기업의 고용주나 대학원 입학 심사위원들은 응시자가 출신대학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응시자의 학문적 기량과 더불어, 속해 있던 환경에서의 경험과 배움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자부심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한 사람은 그 학교의 명예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이는 그들이 선택한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믿음을 줄 것이다. 자부심은 또한 네트워크 형성에도 중요하다. 자기가 졸업한 대학의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동문은 서로를 지원하고 격려하며, 사회에서 서로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네트워크는 졸업 후 사회에 나가서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은 그 공동체와의 끈끈한 유대감을 만들어내며, 이는 장기적으로 경력과 인생에서 중요한 지지체가 될 것이다. 자부심은 단지 감정적이거나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학업과 인생 전반에 걸쳐 실질적인 유익을 가져다주는 중요한 요소다. 대학에서 보낸 시간과 쌓은 경험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은 장래를 더욱 밝고 성공적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회적인 성공을 좌우하는 에티튜드에 대한 것이다. 졸업 후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될 것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기본적인 에티튜드, 즉 태도다.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기본적인 태도를 잘 습득하고 내면화하는 것이 필수이다. 태도는 능력이나 기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많은 고용주와 조직들이 채용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지원자의 태도다. 이는 단순히 예의 바르고 정중한 행동을 넘어서, 긍정적이고 협력적인 마음가짐, 책임감 있는 자세, 그리고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 능력을 포함한다. 이러한 태도는 사회에 진출한 후 직장 내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긍정적인 태도는 직면하게 될 수많은 도전과 역경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사회생활은 때때로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로 가득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아니라, 그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이다.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문제를 기회로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개개인을 더욱 성장시키고, 직장 내에서의 신뢰와 존경을 얻게 만든다. 협력적인 태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현대 사회는 팀워크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어떤 분야에 있든,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뛰어난 개인적인 성과를 이루었느냐가 아니라, 팀 전체의 성과에 어떻게 기여했느냐이다. 팀에서 협력적이고 지원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신뢰를 얻고, 이는 곧 조직 내에서의 리더십으로 연결될 수 있다. 책임감 있는 태도 또한 필수적이다. 맡은 업무나 과제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은 신뢰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경력을 탄탄히 만들어 줄 것이다. 이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내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태도는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신뢰를 쌓는 중요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유연한 태도는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고,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사회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생각과 행동을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고정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기본적인 에티튜드는 사회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기술과 지식은 배울 수 있지만, 태도는 삶 전반에 걸쳐 형성된 것이다. 그래서 대학 생활을 통해 이러한 태도를 잘 연마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긍정적이고 책임감 있는 태도로 사회에 기여할 때 성공적인 인생을 만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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